NDC Replay

바라는 대로 라이터가 쓰게 만드는 시나리오 디렉팅 기법
이상균
블루홀 스튜디오
게임 개발자, 장르 소설가. 넥슨에서 마비노기 영웅전의 개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신규 MMORPG 프로젝트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장르 소설가로서는 하얀 로냐프강(전10권)과 다수의 중단편을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시나리오 라이터이자 장르 소설가였던 발표자가, 게임 디렉터가 된 이후 갖게 된 고민에 대해 공유하는 세션. <br/>이 세션은 시나리오 라이팅이 아니라 시나리오 "디렉팅"에 관련된 세션이다. <br/>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아니라, 바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게 하기 위해, 디렉터나 PD가 본인의 의도를 라이터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결과를 공유한다. 사전에 게임 라이팅과 시나리오 디렉팅에 대해 고민을 해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상과 주제가 다소 협소한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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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지막 날 NDC가 보통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와 주셨는데요. 아마 어제 스마일게이트 김용하 PD의 모에론이 크게 흥하는 바람에 아마 NDC 청중들의 기대 수준도 많이 올라간 것 같아서 적지 않게 두렵습니다. 제가 오늘 진행하려고 하는 세션은 이런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게 디렉터나 PD분들한테는 되게 도발적인 얘기일 것 같은 그런 세션인데, 시나리오 라이팅에 대한 세션이 아니고요. 시나리오 라이터와 함께 일하는 디렉터가 시나리오 라이터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세션입니다. 다소 주제와 대상이 좀 협소한 세션이죠. 그러니까 딱 시나리오 라이터를 대하는 PD와 디렉터의 자세, 이런 내용이니까요. 아직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나, 시나리오 디렉팅에 대해 별로 고민을 안 해보셨거나, 아니면 타 직군, 기획자라고 할지라도 라이팅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한테는 좀 공감이 안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왜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좀 혼란스러우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은 나하고 같이 일하는 PD하고 디렉터가 이런 고민까지 하고 살고 있구나, 불쌍하구나, 이렇게 좀 생각하시고 어여삐 여기시는 시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넘겨야 하는 PD는 100장 가까이 되는데요. 서둘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여기 계시는 청중 분들을 잠시 좀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시나리오 라이터 분들 계시면 손 좀 들어 주세요. 예상보다 그렇게 많지 않네요. PD, 디렉터, 기획팀장 계시면 손 좀 들어 주세요. 예상보다 더 적네요. 이건 몇 명을 세션이지, 그럼? 아, 참.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저는 업계 9년차고요. 2005년에 넥슨에서 게임 기획 일을 시작해서, 지금은 블루홀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특이경력으로는 소설가 경력이 있는데요. 우선 제가 만들었던 게임을 말씀 드리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마비노기 영웅전 개발, 라이브가 아니고 개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했고요. 지금은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신규 MMORPG 디렉터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가 경력이 있는데요. 이 책들이 잘 팔렸으면 회사를 그만뒀을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회사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하얀 로나프 강, 오른쪽에 있는 것은 2부있는데요. 하얀 로나프 강 2부는 2007년에 출간되었는데 출판된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재고가 많이 남아있으니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NDC는 세 번째 참가를 했습니다. 2008년에 이런 전통적 서사와 장르 소설의 이야기 구조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텔링 관련된 세션을 진행했고요. 그리고 2010년에는 이런 세션 2개를 진행을 했습니다. 이 중에 게임 기획 튜토리얼이라는 세션이 크게 흥했었는데, 혹시 이 PT 보신 분 계시나요? 네, 몇 분 계시는군요, 역시. 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PT를 시작하기 전에 여기 디렉터하고 PD 분이 너무 적게 계셔서 생각보다, 너무 아쉬운데. 그럼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시나리오는 A씨한테 다 맡길게, A씨가 쓰고 싶은 대로 다 써, 이렇게 말씀 해 보신 적 있죠? 만약 그렇다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으셨나요? 대답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얘가 반응이 좀 늦는데, 네, 라이터 분들께 여쭙겠습니다. 시나리오는 A씨한테 다 맡길게, 마음대로 쓰세요, 라고 얘기를 하면 야! 신난다! 힘이 솟는다! 입니까, 아니면 한숨이 나온다 입니까? 힘이 솟는다, 거수. 오, 힘이 솟는다, 가 있어요. 이런 열혈, 좋습니다. 한숨이 나온다, 거수. 네, 그렇죠. PD하고 디렉터는 전부 라이팅에 대해서 맡긴다고 하는데, 왜 라이터들은 한숨을 쉴까요? 이 질문을 갖고 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PT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네, 첫 번째 얘기는 고민의 시작, 이 오른쪽 위에 있는 캐릭터는 어쿠스틱 라이프에 난다 님이 그려주신 제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 드리려고 갖고 왔어요. PT 내내 이 캐릭터가 나오면 저인 줄로 아시면 됩니다. 업계 입문 전에 제가 장르 소설가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림은 2007년의 사인회인데, 이 때는 스토리나 캐릭터나 설정이나 전부 혼자 발상을 했었어요. 이야기를 만드는 것만 집중을 하면 됐었죠. 저한테 있어서 이 당시에 협업이라는 것은, 출판사 쪽 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정도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 딱 입문을 하고 보니, 실제로 저한테 떨어지는 일들은 물론 라이팅이 아니죠, 다른 일들이 떨어지죠, 이런 것들이.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 보니까 시나리오는 뒷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라이터를 뽑기로 했어요. 그래서 라이팅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제가 참 아쉽게도 이 업계에 들어온 지 9년차인데, 시나리오 라이팅을 빼놓고는 다 해본 것 같습니다. 이제 문제가 발생을 했어요. 내가 장르 소설가 시절에는 스토리도 캐릭터도 설정도 혼자 만들었는데 이제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업무를 어떻게 분배를 할까, 캐릭터 성격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얘기를 하지? 이 세 명이 만든 이야기가 꼬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는 거죠. 한참 고민을 하다 보니 이게 내가 고민을 해서 되는 일인가? 이런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가 그때 당시에 어렴풋이 집단 창작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는데요. 집단 창작에 대해서 찾아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고민을 했었던 그런 고민들을 먼저 겪었던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했나, 를 찾아보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었어요. 왜 여럿이 쓰는 것이 어려울까? 전통적 서사 방식은 원래 혼자 쓰기 입니다. 그러니까 문학이 원래 1인 예술이죠. 그래서 어떤 많은 종류의 예술 중에 작가의 세계관이 작품에 오롯이 반영될 수 있는 제일 좋은 장르의 예술이기도 합니다. 엘러리 퀸은 둘이서도 소설을 썼어요.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죠. 그런데 사실 이 엘러리 퀸도 둘이서 라이팅을 한 건 아니고, 한 명은 줄거리를 쓰고 한 명은 캐릭터를 만드는, 이런 식으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 둘이서 같은 이야기를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거죠. 이렇게 여럿의 작가가 공동으로 창작물을 만드는 작업 방식을 집단 창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집단 창작이 가장 잘 발달한 분야는 뭘까요? 네, 다들 아시는 군요. 미드입니다. 미드는 2000년대, 수십년 전부터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집단 창작 시스템을 고안을 했어요. 어떤 시스템으로 동작을 했냐 하면 우선 캐릭터와 설정과 장르적 특징을 작가들이 모여서 정하든지, 아니면 프로듀서가 혼자서 정하든지, 어디서 따온다든지, 아니면 원작 소설이 있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공유를 합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들을 나눠요. 이렇게 에피소드 1, 2, 3, 4 이렇게 쭉 나누면서 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작가 A, B, C, D가 서로 나누어서 씁니다. 이 네 명의 작가가 공유하고 있는 캐릭터나 설정이나 장르적 특징이 공유 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에피소드를 작가들이 만드는 게 쉽진 않았겠지만 가능 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 집니다. 형사 콜롬보나, 맥가이버나, A 특공대 같은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 집니다. 그런데 제가 보여드린 방금 이 작품들, 형사 콜롬보나, 맥가이버나, A 팀 이 작품과 첫 번째 페이지에 보여드렸던 프리즌 브레이크,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 같은 작품은 어딘가 달라요. 어디가 다른지 아시는 분? 아시는 분들께서도 계시는 것 같고, 넘겨짚으시는 분들께서도 계시는 것 같은데, 앞에서 보였던 세 개의 작품은 에피소딕이라는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1, 2, 3, 4가 지나가면서 비슷한 사건과 결과의 나열되고, 비슷한 사건과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캐릭터가 성장하지는 않아요. 계속 상황 속에 있는 거죠. 예전에 블루문익스프레스 같은 작품에서 웃으면서 끝나는 장면이 되게 많은 이유가, 캐릭터가 죽거나, 갑자기 사귀지 않던 캐릭터가 사귀게 되거나, 아니면 악인이 되어 돌아서거나 하는 것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야기가 이번 편이 끝났습니다, 라는 의미로 웃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게 에피소딕 드라마의 특징이고요. 이것에 반해서, 이 에피소드 드라마의 발전형은 시리즈라고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건 에피소드 1, 2, 3, 4가 에피소딕과 마찬가지로, 에피소드 내부에 기승전결이 있긴 있습니다. 당연히 기승전결이 있는데, 캐릭터와 스토리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서 이렇게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는 기승전결이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까 큰 이야기 흐름 속에 이번 편의 이야기가 따로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거죠. 말할 것도 없지, 당연히 시리즈물이 만들기 훨씬 어렵습니다. 왜 어려우냐? 당연한 얘기죠. 각 에피소드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성장이 공유되어야 되는데, 에피소드 1이 실제로 제작되기 전에 에피소드2는 이미 각본 작업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에피소드 3도 그렇고 4도 그렇죠. 그래서 각각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 캐릭터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전체 이야기는 어떻게 바뀌는지, 모두가 공유하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이 시리즈 물의 어려운 난제였습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미드는, 잘 안 보이는데, 컨텐츠 산업에서 발견하는 집합적 창의성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요. 미국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이렇게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어떤 연구 보고서인데, 그 연구 보고서도 읽어보면 핵심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다 읽어보기는 했는데, 어쨌든 미드는 수십 년 동안 이런 창작 시스템을 개발해내는 방향으로 발전을 해 왔고요. 최근에는 한국도 이런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보려고 여러 군데에서 시도하고 있기는 합니다. 일단 여기만 갖고는 프리즌 브레이크나 워킹데드, 왕좌의 게임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했을지 사실 상상은 잘 안 돼요. 여기에서 우리는 힌트는 얻을 수가 있습니다. 우선 소통과 역할에 대해서 수십 년 동안 이야기되고 논의되고, 이 방법을 개발해왔다는 거죠. 그리고 넓고 균질한 작가 풀을 씁니다. 미국 라이터스 길드에는 그 길드 가입자가 25,000명이라고 해요. 이 25,000명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이야기를 구성해 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파업도 해요. 우리 라이터들한테는 꿈과 같은 일이죠. 그리고 이 라이터들 간의 소통 도구를 개발하는 데도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렸습니다. 이것은 Final Draft라고 하는 소프트웨어인데요. 온라인 상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라이터들끼리 교류를 하고, 캐릭터 테이블 따로 있고, 태그 달고, 스티커 같은 것을 서로 붙이면서 에픽하게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라이터들끼리 소통하는 도구에요. 이것은 표준 작업 소프트웨어고, 이 파이널 드래프트를 게임 라이터들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게 소개된 적이 거의 없죠. 이거 혹시 쓰고 계시는 분 계신가요? 네, 없죠. 저도 쓴 적 없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이런 집단 창작에 대해서 한국 만화계에는 선지자가 있었습니다. 이 분, 김성모 화백님의 작품을 보면 집단 창작을 에피소딕도 아니고 시리즈도 아닌 형식으로 하시는데, 10권부터 거꾸로 읽어도 되고, 한두 권 떼먹고 읽어도 이야기가 다 이어지죠. 굉장히 신기한 방법이지만 이것은 PT 내용은 아니고요. 게임에 대해서는 어땠는가? 크리스 멧잰은 다들 아시겠지만 워 크래프트 시리즈의 시나리오 최고 책임자입니다. 이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옛날에는 나 혼자 쓴 거 맞다. 그런데 이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엄청난 양의 방대한 양을 혼자서 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우리의 작업은 이미 예전에 집단 창작의 영역으로 들어와있다, 라고 블리즈캐스트라는 데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게임의 경우에, 게임 캐릭터와 유저의 체험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요. 똑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게임의 경우에는 에피소딕보다 시리즈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즉, 아까 얘기했듯이 에피소딕이 시리즈보다 훨씬 어려워요.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이게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써야 할 컨텐츠 분량이 엄청납니다. 혼자서 작업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에피소딕보다 어려운 시리즈보다도 어려운 작업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게임 라이터 여러분, 여러분들의 작업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한국 최고 장르 작가들이, 예를 들면 구룡쟁패를 쓰신 좌백 형님이라던지, 전민희 작가님이라든지, 이런 한국 최고 장르작가들이 참여한 작품들도 스토리 측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는 이게 혼자 썼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 해요. 혼자 쓰는 작업이, 온라인 게임에서 혼자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방금 말씀을 드렸는데, 그래서 이런 혼자 쓸 수 밖에 없는 작업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넓은 작가 풀을 구성하고 소통 방법을 연구를 하고 도구를 만들고 그런 고민을 했던 드라마와 영화 제작 시스템의 노하우가 지금은 게임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고 있는데요. 왜냐 하면 게임 라이터도 미국에서는 게임 라이터도 라이터스 길드에 같이 소속되어 있어요. 미드 집단 창작 시스템이 주는 교훈은 이렇습니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작업이었어요. 쇼 러너라는 표현이 있는데, 시나리오 디렉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쇼 러너가 라이터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매뉴얼화 되어있고, 그리고 라이터끼리 소통하는 도구가 개발이 되어있는 거죠. 그래서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 필요성이 도구의 개발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우리한테는 어떤 소통 도구가 있을까? 지금 현재 우리 손에 있는 것은 뭘까? 라고 고민을 해 보게 되는 것이죠. 여기까지가 서론입니다. 큰일났네. 이 일을 어쩌지. 더 질 높은 시나리오를 생산하기 위해서 노하우를 보전하는 노하우, 노하우를 보전하는 것 자체도 노하우죠. 이런 것들을 이미 구축한 미국 미드 시스템에 의해서 게임 개발자들, 특히 한국 개발자들은 겨우 이런 컨퍼런스를 통해서만 노하우를 공유를 하고 소통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 목적은 뭔가 대단한 정보를 드린다기 보다는 이런 PT가 담론 거리가 되어서 앞으로도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관점에서 이 PT를 준비한 것이고요. 이 다음부터는 중학교 국어 시간에 공부했던 작법 용어들이 몇 개 등장합니다. 지겹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세요. 시나리오 디렉팅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전에 디렉팅이 뭔지 얘기를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것만 가지고도 PT가 하나가 아니죠, 여러 개 나오겠죠. 영상을 하나 같이 보겠습니다. 방금 보신 영상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5년작 우리 개 이야기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한국 저작권은 영화랑이라는 회사가 갖고 있고요. 이 영상은 풀 버전이 굉장히 깁니다. 제가 1분짜리로 편집했는데, 되게 재미있는데 찾아보시면 재미입니다. 찾으실 때 키워드는 산으로 가는 광고라고 찾으시면 됩니다. 디렉팅이라는 것을 이 영상을 보면서 정의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현재 상태를 알고, 그리고 원하는 상태가 뭔지를 알고, 그 상태의 차이를 알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디렉터죠.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원하는 상태로 갈 수 있는지 멤버들한테 방법을 전달하는 그 행위를 디렉팅이라고 합니다. 방금 보셨던 이 영상에서, 댄스앤엔터테인먼트를 넣어보는 건 어떤가? 이렇게 얘기하는 게 디렉팅이죠.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디렉팅이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모든 디렉팅이 다 만만치 않은 일이긴 해요. 제가 아트 디렉팅이 쉽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현재 상태와 원하는 상태의 차이를 알아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이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수단이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설명할까가 필요한데, 시나리오 디렉팅은 이 방법을 설명할 수단이 마땅하게 없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첫 번째는 시각 자료가 통하지 않습니다. 아까 예에서 사실은 이 뒷부분에 이런 콘티가 나오는데요. 이 영상에서 이렇게 광고에 대해서 잘 모를 것 같은 이 광고사 사장이 이렇게 쉽게 아, 그럼 댄스앤엔터테인먼트를 넣어 보자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영상 콘티의 제출이 가능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의 결과물은 텍스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시각자료를 제시할 수가 없어요, 디렉팅의 방법으로. 이 그림처럼 시나리오를 써줘, 안될 것 같잖아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예시로 삼을 만한 것도 마땅치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디렉터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드래곤 라자 같은 시나리오를 써주세요. 일단 라이터의 마음이 보이죠? 마음 속에서나 있겠죠.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 라이터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냐 하면 이 디렉터가 원하는 게 드래곤 라자의 유머러스함인지, 이야기의 깊이인지, 잘 만든 캐릭터인지, 혹은 분량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트 디렉팅이 아까 쉽다고 말씀 드린 것은 아니지만, 아트 디렉팅에는 어떤 전형적인 수단이 몇 개 있습니다. 다른 아트를 빚 대어서 이야기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우리는 테라처럼 하자, 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컨트라스트가 굉장히 강하고, 색조가 화려하고 이런 아트를 하자 라는 뜻으로 어렴풋이 알아들을 수가 있는데, 시나리오 디렉팅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또, 이게 라이터들의 고민인데 눈물이 나오죠. 시놉시스는 쩔게 쓸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래요. 온갖 라이팅 테크닉을 다 갖다 써서 온갖 복선 장치를 다 갖다 놓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도 재미있기 힘든데, 달랑 그 이야기를 줄여놓은 종이 한 장 가지고 재미있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또 하나는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디렉터가 시놉시스를 보는 눈이 있기가 참 어려워요. 평소에 시놉시스를 보는 눈이 있으려면 줄여놓은 이야기를 보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연습을 디렉터가 할 리가 없잖아요? 디렉터가 그런 것을 잘할 수 있으면 이런 세션이 흥할 리가 없죠. 그래서 결국 디렉터는 어떻게 하냐 하면, 시놉시스를 쓰라고 한 다음에 몇 번을 retake를 합니다. 몇 번 하다가, 더 이상 잘 안나오겠구나 하면 이제 타협할 수 밖에 없게 되죠. 그래서 비교적 시나리오 중심 게임을 만들기 쉬운 콘솔 플랫폼도 대개 이런 헤비레인이나, 비욘드: 투 소울즈 같은 게임들도 디렉터가 시나리오 라이터 출신이에요. 데이빗 케이지 같은 경우에는 그 자신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디렉터라기 보다는, 사장입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들고 싶어서 회사를 차렸어. 대단한 사람입니다. 데이빗 케이지 말고도 다른 시나리오 라이터 출신 디렉터는 되게 많습니다. 오블리비언 디렉터인 켄 롤스톤 이런 사람들 전부 시나리오 라이터 출신이죠. 그런데 여기 계시는 제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PD, 디렉터 분들은 그렇게 시나리오 라이터 출신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시나리오가 후진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럼 시나리오도 좋아야 된다는 압박을 받고 계시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이것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미드는 현재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서 수십 년 동안의 노하우가 쌓였는데, 게임 산업이 대규모 개발 체제를 갖추기는 몇 년 안되었죠. 그래서 이제 비로소 시작점에 썼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시나리오 디렉팅은 쉽지 않다. 디렉터가 시나리오 전문가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 비 전문가인 디렉터가 시나리오를 디렉팅 할만한 도구나 수단도 많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이제부터는 좀 고리타분한 얘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식사하고 피곤할 시간이시지만 잘 들어주십시오. 자, 드디어 공개하는 첫 번째 방법.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 죄송합니다. 네, 농담이었습니다. 디렉터가 모두 시나리오를 쓸 수 있으면 제가 이런 세션을 안 했겠죠. 제가 이제부터 시도했던 방법들을 몇 가지 말씀 드릴 텐데요. 첫 번째 방법은 이런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되게 고리타분한 방법이 나오는데, 예전에 2008년 GDC에서 제가 이런 세션을 진행했었는데, 이런 세션, 제가 이 때 발표했던 내용을 이것 보신 적 있나요, 혹시? 이게 외부 공개가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안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뻔뻔하게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주제라고 하면, 일단 거북한 마음이 듭니다. 왜냐 하면 학교 교육을 우리가 받는 내내 이렇게 권선징악, 대한독립, 조국을 향한 충성 이런 것들이 주제라고 배웠거든요. 그래서 뭔가 대단해야 한다는 주제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제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이야기의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그게 사실은 주제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는 주제가 있고, 주제를 찾는 것이 어렵지가 않아요. 이야기에 왜? 라고 물어보면 주제를 추출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연습 삼아 같이 해보시죠. 수난이대라고 하는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징용으로 팔을 잃었고, 아들은 발을 잃었어요. 여기에 왜? 라고 같이 물어보겠습니다. 왜? 왜죠? 전쟁이 나쁘니까. 어? 누가 대답하셨는데, 네, 맞습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 문제. 독수리 오형제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독수리 오형제를 한 줄로 줄이면 이런 내용이에요. 독수리 오형제가 지구를 지킨다. 왜? 비슷합니다. 지구가 소중하니까 지키죠.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는 지구는 소중하다, 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세 번째 문제는 투명 드래곤입니다. 투명 드래곤을 한 줄로 줄이면, 투명 드래곤은 짱 세다, 이죠. 왜 그렇죠? 맞습니다. 드래곤이면 짱 세니까. 투명 드래곤의 주제는 투명 드래곤이 짱 세다. 이렇게 되죠. 주제는 소재에 대해서 작가가 해석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같은 소재를 놓고도 관점에 따라서 주제가 바뀐다고 하죠. 이 짤방은 저널리즘의 관점을 이야기할 때 되게 많이 나오는 짤방인데요. 보신 분들 아마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 짤방을 소설 작법 상에서 작가 주기적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쓸 수가 있어요. 이 사진에서 언뜻 적군 병사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미군 병사에요. 미군 병사인데, 이런 병사를 비난하는 듯한 느낌의 사진이지만 이 사진의 오른쪽은 사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병사가 물을 주고 있죠? 적군 병사한테. 만약에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왼쪽을 이렇게 가린다면, 전장의 참혹함은 사라지고 인도주의적인 해석만 남죠. 그리고 이 사진은 CNN에서 나올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관점에서 소재를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주제가 바뀌어요.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가 한 번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플롯이 있어요. 배고픈 아이를 위해서 어머니가 빵 한 덩이를 훔쳐서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런 처벌이야 말로 형식적 법치주의의 극치다! 라고 얘기하는 사실주의적 사회 비판 소설을 쓸 수가 있습니다. 온 세계의 시민단체가 어머니를 도울 것이다, 뭐 이런 거 많죠? 영화 끝에 법정 문이 딱 열리면서 무죄에요! 이런. 변론을 맡은 변호사와 어머니가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될 수도 있죠. 예를 들어서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빵집은 안에서 잠겨 있었어요. 어떻게 빵을 훔쳤을까? 심지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이런 장르인데, 빵집 주인과 어머니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이런 장르를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것을 이제 게임 시나리오 디렉팅에 이런 방법을 실제로 응용을 하면, 주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응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좀비 게임을 만든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디렉터가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우리 게임의 주제는 생존 앞에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 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디렉터와, 또 다른 디렉터는 이렇게 얘기 해요. 우리 게임의 주제는 생존과 윤리는 어느 쪽이 중요한가에 대해서 플레이어들한테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렇게 얘기 한다면 전자는 어떤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옛날 게임이지만 이런 게임이 됩니다. 데드 라이징. 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좀비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무조건 정당화되죠. 두 번째 게임은 이런 게임이죠. 주제의식에 대해서 약간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얘기하고 반박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되겠죠.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드러내고 싶은 주제를 디렉터가 직접 이야기함으로써, 라이터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가 있습니다. 주제의식의 공유는, 그 공유하는 행위 자체만을 가지고도 훌륭한 디렉팅 수단이 되죠. 그런데 이 방법은 아까 보여드렸지만 우리의 주제는 어쩌구 저쩌구야, 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디렉터한테 있어야 가능한 그런 방법입니다. 좀 어려운 방법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른 세션에서 다룰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드러내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라이터한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데요. 첫 번째 수단으로서는 주제를 공유하는 것이 동작할 수 있다, 라는 수단으로서 소개를 드렸습니다. 두 번째 소개는 소재입니다. 큰일났다, 17분 남았네. 네. 빨리 넘어가겠습니다. 주제에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은 사실은 바람직한 창작 방법이에요. 예술가가 내가 이것을 하겠어, 라고 마음을 먹은 다음에 소재를 찾아내는 것, 이게 사실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생긴 분이 오타쿠들을 다 각성시키고 싶다, 라고 해서 이런 작품을 만드시는 그런 행위가 되게 바람직한 창작 방법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게임에서는 흔치 않은 방법입니다. 게임은 항상 소재가 먼저 선택이 되어요. 대개 이렇게 되죠. “야. 논타겟팅 액션 MMORPG 게임을 만들자.” 이런 게임이 나옵니다. 주제가 먼저 선택되고 게임을 만드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주제가 먼저 선택된 게임은 이런 게임들이 있는데요. 혹시 이거 뭔지 아시나요? 카피라이트는 여성가족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네. 게임 평가지표 어쩌고 그것인데요. 게임 평가 지표 발표에 반발해서 이런 건전 게임 만들기라는 파티가 열렸었는데요. 거기에 출품된 작품들입니다. 이 게임들의 목적은 먼저 주제가 선택되었죠. 여성 가족부가 만든 이 테이블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이런 주제의식이 먼저 있고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주제가 먼저 선택된 다음에 소재가 선택 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되게 드문 경우입니다. 시리어스 게임이라든지, 교육용 게임 같은 경우는 그럴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 그렇지 않죠. 대부분은 만들 게임이 정해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다 만들어진 후이기도 해요. 수잔 오코너는 바이어쇼크 시리즈의 라이터인데요. 이 분은 세계적인 분인데, 이 분 조차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제발 다 만들고 나를 부르지 말고, 초기부터 좀 불러. 하지만 어쨌든, 소재가 굉장히 훌륭할 경우에는 그 소재 자체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소재를 도구로 잘 활용한 예, 라고 제가 상상하고 있는 예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게임입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최근 발표된 MMORPG 중에서는 스토리 측면에서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받고 있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블소의 스토리는 다들 아시다시피, 멸문 당한 문파의 제자가 기원을 만나서 복수를 꿈꾼다, 뭐 이런 내용인데요. 정말 전형적인 무협 소설의 코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저는 블소 배재현 PD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아마 배 PD님이 이렇게 말씀 하셨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우리가 만들 게임은 무협이다. 무협다운 스토리를 한번 써봐, 아마 그러셨을 것 같은데, 혹시 블소 라이터 분께서 계시나요, 여기? 안 계시는군요. 다행입니다. 어쨌든 이것만 해도 훌륭한 디렉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잖아요. 소재가 확실히 드러나고, 이것 자체가 차별 점이 된다고 하면 그 소재 자체를 소통의 도구로 쓰는 것도 스토리 제작의 기준이 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디렉터가 우리가 만들 게임은 남들이 다 아는 평범한 판타지야. 평범한 판타지다운 스토리를 써봐, 라고 했으면 멘붕이겠죠, 이건. 뭘 써야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이 소재 자체, 게임 자체를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소재 자체가 차별 점이라고 생각될 때 가능합니다. 뭐 좀 다른 예지만, 브레이드 라는 게임은 엔딩을 얘기하면 네타라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만,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는 시스템에서 대단히 뛰어난 스토리와 주제의식을 추출해 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 해보신 분들은 권합니다. 예를 들어서 디렉터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가 액션게임 테라의 영웅들을 만든다고 한다면 배경은 테라의 과거고, 영웅담이 주 소재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소재는 영웅 캐릭터인데, 영웅 캐릭터의 스토리에 집중하자. 이렇게 얘기해도 라이터는 알아들을 수 있어요. 아, 그렇구나. 영웅담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영웅적이면 되겠구나. 미연시 게임 테라의 연인들을 만든다면, 우리의 소재인 연애 플롯 부분에 집중해보자, 이런 얘기를 하겠죠. 궁금해하실 분께서 계실까 한번 말씀 드리면, 제가 말씀 드리는 게임은 액션 게임도 아니고, 미연시 게임도 아닙니다. 세 번째 방법은 동기를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아까 이런 게 나왔습니다. 좀비 게임 얘기하다가, 우리 게임의 주제는 ‘생존과 윤리는 어느 쪽이 중요한가’ 라고 했는데, 이와 같이 주제를 디렉터가 정하는 것은 좀 더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라이팅 업무를 직접 일부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죠. 주제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법보다 소극적인 방법, 그러니까 라이터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라이터가 주제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방법은 동기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어떤 뜻이냐 하면, 주제는 캐릭터의 행동과 말로 드러나요. 당연한 얘기죠. 행동은, 어떤 캐릭터가 이런 행동을 하면 이 캐릭터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독자들이 생각하게 되죠. 어떤 말을 했다고 하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궁금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해석이 사건과 배경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적인 해석이 되는 거죠. 그래서 동기를 통제하는 것이 주제의 방향을 라이터에게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소재가 평범한 게임의 소통 도구 수준으로 쓰일 수 없다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평범한 판타지 게임을 만들자, 이렇게 쓸 수 없는 것처럼 갓게임 같은 이런 게임에서는 소통 도구로 쓸 수가 없습니다. 왜?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으니까. 우리가 만약에 판타지 배경을 선택했을 때, 큰일 났네요. 이 일을 어쩌지? 지금 삼십 몇 장이 남아있는데요. 빨리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사실 리허설을 못했습니다. 시간을 못 맞추고 있는데, 빨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캐릭터들은 명분, 정의감, 우정, 신뢰, 동지애 때문에 행동한다. 우리 캐릭터는 모험심, 미지에의 동경, 영웅심 때문에 행동한다. 우리 캐릭터들은 정복욕, 욕정, 질투심 이런 것 때문에 행동한다. 판타지 배경의 이런 세 가지 다른 캐릭터들의 행동 동기를 부여했을 때 라이터들은, 굉장히 잘 된 결과들만 보여드리겠지만,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 같은 게 이렇게 행동하죠. 모험심, 미지에의 동경, 영웅심 하면 나르니아 연대기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권력욕, 정복욕, 욕정, 질투, 복수심. 역시. 세 편밖에 안 남아서 참 슬픕니다. 이런 방법은 종족과 캐릭터가 드러날 때 쓰면 굉장히 유리한 방법입니다. 크리스 멧젠이 실제로 이렇게 디렉팅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와우의 오크 설정이 이렇게 되어있죠. 혹시 만크릭 퀘스트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분들께서 계실지 모르겠지만, 만크릭 퀘스트는, 아, 이건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나중에 한 번 찾아보십시오. 아내가 가시멧돼지 종족, 코볼트한테 살해를 당했는데요. 영원히 그 종족을 멸족하는 목적을 갖고 살아가는 오크의 이야기입니다. 되게 오크 종족 설정하고 잘 어울려서 확장 팩이 나올 때마다 얘도 업그레이드 되어가지고 계속 나와요. 최근에 제가 와우 만렙을 찍어서, 와우가 예제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방법이 문학에서는 사실 굉장히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이 오른쪽에 있는 그림이 문학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종류라고 해서 나오는 분류인데요. 왼쪽이 고전적인 것, 고전주의, 모더니즘, 모더니즘 이후, 이렇게 나뉘어져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이건 굉장히 전통적인 거죠.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기 자신, 아님 이런 포스트 모던한 것들은 인간과 진실, 이런 것들이죠. 그리고 맨 마지막엔 정말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가면 형식 파괴가 일어나는데, 주인공과 작가가 싸웁니다. 이런 것도 나오죠. 혹시 아시나요? 최근에 나온 게임 중에 이런 방법으로 갈등 구조, 그러니까 캐릭터에 행동 동기를 부여를 하고, 네, 맞습니다. STANLEY PARABLE 이라는 게임이죠. 이거 한 번 해보세요. 정말 괴작입니다. 사건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게 맨 마지막 방법인데 시간을 빨리 맞춰야겠다.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입니다. 주제 구성 문체는 참고로 얘기하면 소설의 3요소죠. 인물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입니다. 아까 동기를 설명하는 법에서 언급되었었죠. 그래서 인물이 없으면 갓게임에서는 동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고, 배경은 게임 그 자체가 배경이기 때문에 소재를 이용하는 법에서 아까 언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에 아직 할 얘기가 남았습니다. 아까 나왔던 장면 한번 다시 나왔는데 이 디렉팅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을까? 여러 가지가 사실 잘못 되었어요. 사실 여러 가지가 잘못되었지만 대표적으로 여기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사람이 주제와 동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 않고, 그 작품 속에 등장할 직접적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댄스와 엔터테인먼트를 넣어라, 맥락 없이. 이 사람이 댄스앤엔터테인먼트를 넣자고 얘기하지 않고, 우리 좀 더 밝은 분위기로 해보는 것은 어때? 아니면 좀 더 섹시한 컨셉으로 해보자, 라고 했으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상상해봅니다. 이렇게 디렉터가 사건을 직접 지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왜냐 하면 플롯을 만드는 것은 라이터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의 스페셜리스트가 라이터이기 때문에, 라이터가 월급을 받고 살고 있는 겁니다. 이것을 직접 하겠다고 하면 재앙이 시작되는데, 예를 들어서 이런 비유를 하자면, 밤 12시 넘어서 무협게임 만드는 팀의 사장님이 술 한잔 하고 들어오시더니 김 PD, 무공이 왜 이렇게 심심해? 장풍 좀 넣어봐. 하루아침에 무협 게임에 에네르기파가 들어가는, 그런 얘기를 쓴다면 되게 비극적이겠죠.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라이터에게 사건에 개입하는 것이 위험한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면 어떻게 될까? 사건에 대해서 개입하고 싶을 때는 클리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클리셰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지금 드릴 수가 없는데,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오랫동안 사용되었던 상투적인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플롯 데이터, 플롯 덩어리들을 클리셰라고 하죠. 대표적인 클리셰는 내가 니 애비다, 이런 거죠. 그런데 클리셰라고 하면 라이터들은 되게 싫어하는데, 왜냐 하면 진부하다고, 그런데 클리셰는 수백년 동안 먹혀 왔기 때문에 클리셰로 존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렉터가 의도를 갖는 정도에 의해서는, 디렉터 수준에서는 충분한 플롯, 사건 개입이라고 할 수 있죠. 디렉터가 이야기의 직접 구성 경험이 없으면 자기가 이야기를 직접 만들려고 하지 말고 클리셰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니 아비다, 가 들어갔으면 좋겠어. 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이야기인데, 물론 이것을 라이터가 싫어하면 억지로 넣자고 는 하지 않는 게 좋겠죠. 이게 공개 PT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 관련된 PT가 있습니다. 클리셰 관련해서 둘 다 넥슨 이원 연구님이 쓰신 PT인데, 혹시 기회가 되시면 보세요. 클리셰를 어떻게 찾냐? 말은 좋은데 클리셰라는 것은 어디 있는 거냐? 책에 있는 거냐? 아니, 웹에 다 있습니다. 이거 유명한 홈페이지죠. 영화평론가 듀나가 쓴 홈페이지인데, 클리셰 사전이라고 하는 영화 속에 나오는 클리셰들이 다 있습니다. 다 있어요. 누군가 정리해놨습니다. 읽어보시고 쓰시면 됩니다. 이쪽에는 200여개의 콘솔 RPG들이 RPG에서 스토리가 이렇게 진행이 되더라, 라고 하는 콘솔 게임 클리셰가 정리된 사이트입니다. 이거 사이트 주소 안 가져가셔도 돼요. 제가 나중에 이 PT 공개 PT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헐리우드에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 라고 할 정도로 플롯은 오래 전부터 구성과 사용 방법이 연구가 진행되었죠. 우리가 이것을 새로 연구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아까 잠깐 했던 얘기이지만, 무천 도사가 장풍 쏘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어, 라고 이런 독창적인 플롯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내가 니 애비다, 가 나왔으면 좋겠어, 이렇게 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내가 니 애비다, 라는 말만 들어도 라이터는 금방 알아요. 아, 갈등의 극단에 있는 두 캐릭터가 실은 혈연관계였다는 반전 플롯이구나. 이렇게 알아듣습니다. 물론 그게 좋은지 싫은지는 그 다음 얘기지만, 어쨌든 이렇게 극적인 사건이 디렉터의 의도 안에 있다면 그것을 직접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와 비슷한 클리셰를 소통 도구로 사용하시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네, 막판에 조금 스퍼트 해서 페이지를 맞출 것 같기는 한데, 가장 중요한 것,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의 정리 부분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여럿이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에 라이터 출신 디렉터가 본인이 아니라면 이런 수단들을 이용을 해서 라이터한테 의도를 전달을 해보자, 이런 얘기를 제가 마지막으로 드렸었고요. 그럼 아까 말씀 드린 대로, 갑자기 오늘 PT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50분 저의 슬라이드 기억나시나요? 이런 얘기 했었죠. 시나리오는 A씨한테 다 맡길게. 쓰고 싶은 대로 다 써주세요. 이제 여기까지 와서 보면 오늘 우리는 왜 디렉터 혹은 우리들의, 여기서 우리들이라고 하면 디렉터와 PD겠죠. 왜 우리의 의도대로 라이터가 글을 쓰지 않는지 대충 깨달은 것 같습니다. 라이터가 원하는 글을 쓰게 만들려면 전제가 되어야 되는 게 하나 있죠. 바로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이 의도가 없다면 지금까지 말씀 드린 주제, 동기, 사건 등의 수단이 있어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방법만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시나리오는 A씨한테 다 맡긴다고 하면 A씨는 한숨을 쉬는 겁니다. 왜 그렇죠? 왜 한숨을 쉴까요? 라이터가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뭘 깨달았죠? 이 디렉터한테 별 의도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러니까 한숨을 쉬는 겁니다. 시나리오에 대해서 의도를 가진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이야기 같은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것도 괜찮습니다. 글을 써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다시 얘기하지만 라이팅 자체는 라이터의 고유 영역입니다. 이야기에서 관심을 가지면 돼요. 컨텐츠를 습득한 후에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면 왜 재미있었는지, 재미없었으면 왜 재미없었는지 생각해보는 것 가지고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소재를 발견하면 멤를 하거나, 스크랩을 해놓거나, 사회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서 왜 라고 물어보기. 이 연습만 하셔도 주제 찾기에 대한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구나, 내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쉬운 방법은 이런 겁니다. 라이터와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라이터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스타일의, 진행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시나리오가 시나리오 이상의 체험을 주는데 어떤 게임에서는 단지 소비를 위한 컨텐츠로 동작하고 끝납니다. 이 차이는 쉽게 생각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더 좋은 라이터를 뽑았느냐, 뽑지 않았느냐의 문제 아니냐? 좋은 라이터를 뽑아서 비싼 돈을 주고 만들면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겠지. 라이터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원이 부족해서 그랬어요, 이런 얘기 많이 합니다. 라이터들이. 사실은 지원이 부족해서 그랬어요, 가 아니에요. 지원을 많이 줬어도 컨텐츠 이상으로 동작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시나리오 이 두 개의 차이는 자원의 차이나 라이터의 역량 차이가 아니고 디렉터한테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죠. 디렉터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 시나리오가 게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편입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있던 얘기를 두 줄로 요약하면, 바라는 대로 라이터가 쓰게 만들기 위해서는 디렉터가 의도를 가져야 한다, 이게 두 줄 요약이 되겠습니다. 남은 시간 10초, 아, 진짜 완벽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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