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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직 문화 개선은 자꾸 벽에 부딪히는가?
안미루
넥슨코리아
현재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게임 기획자로서 '카트라이더 대쉬(Facebook)'와 '카트라이더 러쉬(iOS)'를 개발하여 출시하였습니다.
왜 어떤 조직은 다들 가고 싶어하고, 어떤 조직은 있던 사람들도 자꾸 그만둘까요? 안정적이고 돈 많이 주는 회사를 그만두고 불안정하고 월급도 적은 회사로 옮기는 경우도 많은 걸 보면 꼭 외적인 조건 때문에 그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막상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하면 여러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제가 '투명한 문화'라고 부르는,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놓치기 쉬운 기존 문화의 저항 때문이죠. 이 발표는 다음의 3가지 내용을 담습니다. 1) 투명한 문화란 무엇인가? 2) 투명한 문화를 어떻게 발견하는가? 3) 투명한 문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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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왓 스튜디오의 안미루입니다. 사실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거라고 예상을 못했어요. 개발자 컨퍼런스에 이렇게 재미없는 주제에 재미없는 발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조직 문화에 대해서 발표를 하겠습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면 넥슨에 입사해서 카트라이더를 아이폰에서 할 수 있게 만든 카트라이더 러쉬를 만들었고요. 그 다음에 국내에서는 (페이스북 게임을 만들어보신 분이) 별로 안 계실 것 같은데, 페이스북 게임을 만들었어요. 그 다음에 다시 모바일로 돌아와서 야생의 땅 듀랑고를 만들고 있고. 지금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력에서 아실 수 있듯이 제가 조직문화 관련해서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관심사가 이쪽에 좀더 많이 있다 보니까, 프로젝트 매니저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이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는데, 주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포춘이라는 잡지가 있어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 잡지가 아닌가 싶은데. 여기서 매년 일하기 좋은 회사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하고 있는데, 어떤 회사가 높은 순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구글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글이 정말 대단한 게, 포춘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조사를 하면 전반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한해만 반짝하는 게 아니라 매년 높은 순위를 차지해요. 그런데 구글이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이) 될까? 돈을 많이 줘서 그럴까요? 그런데 포춘이 이것도 조사를 하거든요? 돈 많이 주는 회사. 보면 왼쪽의 리스트랑 오른쪽의 리스트가 굉장히 다르죠? 오른쪽 리스트의 회사들을 보면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는 낮은 걸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구글이 돈 조금 주느냐? 그건 아니에요. 구글 엔지니어 평균 연봉이 13만 달러 정도 되거든요? 1억 3천정도 되겠죠? 물론 오른쪽에 있는 회사들은 20만 달러 이상 주긴 하는데, 굳이 7만 달러 더 받자고 저기로 가지 않는 무언가가 구글한테 있는 거죠. 왜 이런 걸까요?
Universum이라는 다른 조사 기관에서도 이런 조사를 하는데, 거기서도 구글이 1위를 했어요. 왜 구글을 사람들이 가고 싶어할까? 좋아할까? 그에 대해 이런 멘트를 남겼습니다. 구글은 구글 문화에 대해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구글을 재미있고 강한 문화가 있는 회사라고 생각을 한다는 거죠. 물론 어느 수준 이상으로 돈을 많이 주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돈을 좀 조금 주더라도 사람들은 구글에 굉장히 가고 싶어한다는 거죠. 조직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에요.
조직문화란 뭘까? 조직 문화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했고, 정의를 내렸는데, 벤자민 슈나이더의 정의를 가져왔는데요. 간단히 얘기하자면,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가치관을, 그리고 그 가치관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행동을 하게 되는 그런 가치관과 행동을 조직문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구글의 조직문화, 이건 구글 홈페이지에서 가져 온 건데요. 구글의 조직문화는 개방적인 분위기, 자유롭게 의견 공유. 이런 가봐요. 제가 구글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아요. 구글은 그런 언행일치의 회사로 보이죠. 이렇게 되면 좋은데, 언행일치가 안 되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굉장히 멋진 조직 문화를 가진 회사가 있습니다. 신뢰, 창의적 혁신.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는 회사에요. 어떤 회사인지 아시나요? kt입니다. 얼마 전에 무려 1200만명의 개인 정보를 고맙게도 사회에 환원해주신, 공공재로써. 그런 회사입니다. 제 개인정보도 환원됐고, 아마 여기 계신 분들도 많이 환원 됐을 거 같은데, 믿음과 신뢰의 kt입니다.
다음으로 이런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가 있습니다. 무한책임정신. 고객의 안전과 행복을 무한책임지는 그런 멋진 회사입니다. 어딜까요? 안전하고 튼튼한 자동차를 만들기로 유명한 현대 자동차입니다.
보면 뭔가 조금 이상하죠? 의도는 굉장히 좋아요. 이거를 열심히 만드신 분들이 있을 거에요. ‘우리 조직이 이쪽으로 가야 된다.’ ‘이런 게 우리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회사에 분명 계실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가려고 (표방은) 하는데 행동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의도는 굉장히 좋은데, 조직의 행동을 끌어내기 굉장히 어렵다는 거에요. 왜 이렇게 행동을 실제로 이끌어 내고, 조직이 그런 쪽으로 변화하게 만드는 게 어려울까요?
약간 생뚱 맞은 얘기이긴 한데,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외국의 화장실 사진입니다. 이걸 보면 한국 화장실에는 당연히 있는데 외국 화장실에는 없는 게 하나 있어요. 뭔지 아시겠어요? 쓰레기 통입니다. 저도 이걸 보기 전에 잘 몰랐어요. 이게 이상한 건지. 그런데 외국 사람들은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있는 나라도 있어요. 없는 나라도 있고. 그런데,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휴지 변기에 버리면 되는 건데, 왜 굳이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거를 뚜껑도 없는 데다 모아두냐?’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거에요. 이게 한국 문화와 외국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우리는 굉장히 당연하지만 global standard에서는 뭔가 이상한 게 있는 거죠.
그래서 이거를 바꿔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어요. 서울 시내 지하철 몇 군데서 시도를 해봤는데, 잘 안되죠. 사람들이 불편하다 어쩌다 하면서 민원이 쏟아지니까 철회를 한 거에요. 심지어 스타벅스도 외국에는 당연히 없는데, 한국에는 있고.
이렇게 뭔가를 바꾸려고 하더라도, 물론 의도는 좋은 것 같아요. 이거를 그냥 버리면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하고. 의도는 좋은 것 같은데, 긍정적인 변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안 되요. 왜 이렇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힘든 걸까요? 첫 번째는 우리가 이미 익숙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거에요. 당연히 쓰레기통 있어야 되고, 그게 이미 편한데. 그게 좋다는 거죠. 어쨌든 익숙하니까. 그런데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요. 저는 담배를 안 피우기는 하지만, 흡연하시는 분들 금연하기 쉽지 않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뭔가 인센티브가 있어야 되는데, 이거는 있던 쓰레기통을 없애버리는 거잖아요? 사람 입장에서는 변화가 생겼는데, 이득이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요. 손해만 보고. 사람들이 당연히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만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하면 당연히 변화가 내재화되기 힘들고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긍정적인 방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저는 네비나 운전의 metaphor를 쓰기 좋아하는데요. 일단 현재 위치를 파악해야겠죠? 내가 지금 어떤 습관들을 가지고 있었고, 기존에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왔었는가? 그런 게 출발점이 될 거고요. ‘그 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하고 싶은가?’ ‘어디로 가야 되는가?’ 목표를 잡아야겠죠? 그러면 이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되고, 얼마나 오래 가야 되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거리는 얼마나 가야 되고. 자동차로 간다면 기름도 넣어줘야 되고. 얼마나 우리가 여기에 많은 노력을 들여야 되는지, 적은 노력을 들여야 되는지 계산이 되겠죠? (그 다음에는) 실제로 참여를 이끌어 내야 되요. 이게 좀 미묘한데, 분명히 높은 어딘가에서는 ‘이런 거를 바꿔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아까 현대 자동차, kt의 사례에서 봤듯이.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기에 동참을 해줘야 되는데, 거기까지 굉장히 어려움이 존재하는 겁니다. 여기 세 가지 단계에 대해서 차례차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현재 위치 파악하기부터 시작을 할게요. 현재 위치 파악이 제일 중요해요. 기존의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에서는 이런 걸 잘 안하고 시작하는데, 마치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이 새로운 걸 부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잘 안 되죠. 이미 가득 찬 잔에다가 새로운 걸 부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예를 들어 내가 대전에 간다. 그러면 내가 서울에 있을 때랑 광주에 있을 때랑 방향이 정 반대잖아요? 내가 현재 위치를 잘못 파악하면 열심히 가도 점점 멀리 가게 되겠죠. 그런 거를 방지 해야겠죠.
그리고 아까 휴지통 얘기도 했었는데, 우리한테는 당연한 거니까 이상하다는 걸 인지를 못하잖아요? 그런데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인지를 할 거에요. 그런 식으로 조직 내에서 쌓여왔던 오래된 신념들이나 가치, 행동 양식들은 우리는 당연하기 때문에 그걸 잘 인지를 못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걸 파헤치고 캐내고 해야 ‘우리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었구나.’ ‘이게 좀 이상한 거였구나.’ 하는 걸 파헤칠 수가 있겠죠? 그래서 그런 노력들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조직의 가치관이 어떻게 결정이 되는지를 파봐야 되는데, 1차적으로는 조직이라는 건 결국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각각의 사람들이 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이 사람들이 모여서 그 조직을 형성하는 거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느냐? 가 그 조직의 성격을 1차적으로 결정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좀 영향이 클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영향이 작을 수도 있고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합이라고 볼 수 있고요. 회사나 조직들은 어떤 조직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보상 체계라든지 방향을 설정하죠. 이 두 가지가 혼합돼서 조직의 문화를 결정합니다.
그러면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파악할까?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파악을 할까? 이건 예시로 제가 써본 건데, 이를테면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기다려주고 스스로 하도록 기회를 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관대한 사람일 수도 있고, 꼼꼼하게 세부적으로 따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꼭 어느 쪽이 나쁜 건 아니죠. 어떤 가치관인 거죠.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조직의 특성을 가지는. 마찬가지로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뚝심 있게 가냐, 유연하냐, 직관적이냐 분석적이냐. 이런 것들을 통해, 이 지문들은 제가 그냥 예시로 쓴 건데, 실제로는 각자 조직에서 해볼 때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조직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구나. 그런 걸 파악을 하실 수 있겠죠.
1차적으로 우리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어떤 가를 파악해보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조직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런데 조직이라는 게 항상 똑같은 게 아니죠? 회사도 계속 사람들 나가고 들어오고. 계속 변화를 하는데, 그때마다 조직에 뭔가 변화가 생기는 거에요. 그래서 최근에 조직에서 나가는 사람 있다면 어떤 사람이 나갔나?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들어왔나? 이런 것들을 보면 조직이 전에 비해서 어떤 식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구나. 이런 거를 캐치를 할 수 있겠죠.
다음으로 우리 조직이 실제로 무엇에 보상하고 있는가를 보는 거에요. 이게 좀 미묘한 문제인데, 사람들은 낙관 편향이 있어요. 실제보다 자기를 훨씬 좋게 판단하는 그런 오류가 있어요. 이를테면 친구들 중에 내 외모가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50% 정도는 손을 들어야 될 것 같잖아요? 평균이란 게 그런 거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절대 (손을) 들지 않거든요? 실제보다 좋게 판단하는 그런 게 있는데,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겉으로 표방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사람들에게 보상이 가고 있나? 그런 걸 보려고 하는 겁니다. 월급쟁이에게 중요한 보상이 2가지가 있잖아요? 연봉과 승진. 연봉은 공개되지 않고 알기 힘드니까, 승진. 직책 같은 것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연봉과 어느 정도 비례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통해서 우리 조직이 어떤 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에 보상하는가? 그런 것들을 알 수가 있어요. 현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특히 최근에 승진한 사람이 어떤 요인 때문에 승진할 수 있었는지, 또 의사 결정할 때 어떤 사람의 의견이 반영이 되는지. 이런 것들을 보면 조직이 이런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런 것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것에 대해 보상하느냐 만 얘기를 했는데, 어떤 것에 대해 보상하지 않느냐 도 사실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쳐요. 공산주의의 몰락 같은 걸 생각해보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더 보상이 커지지 않는데 그러면 사람이 열심히 일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그 행동은 좀 쇠퇴를 하게 되요. 그래서 우리 조직에서는 어떤 게 좀 버려지고 있는가? 어떤 거가 중요하지 않게 생각 되는지 이런 걸 좀 볼 필요도 있어요.
보통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가 생겨요. 이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이 되요. 그런 것들을 보면 우리 조직이 어떤 걸 좀 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어요. 이를 테면 (게임은) 성공했는데 (그걸 만든) 사람들은 (회사에서) 나가버리더라. 두 번째 거는 (조직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더라. 신입이 분명히 들어오긴 했을 텐데 금방 나가버리는 거죠. 오래 다닌 사람들만 남아있고. 그리고 아무도 툴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더라. 그리고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까 회사의 중요한 소식은 나한테 먼저 알려줘야 될 것 같은데 뉴스로 알게 되더라. 이런 걸 보면 우리 회사가 나를 과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좀 들고요.
여기까지 해서 지금 우리 현재 어떤 위치에 와있는가? 그리고 우리 조직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고요. 다음은 목표를 정하는 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화가 좋은 문화일까 생각을 해보면,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이게 굉장히 어려운데, 조직마다 다 다르고, 상황이 다 다르고, case by case라서 어떤 게 일방적으로 좋다. 이런 얘기를 하기가 좀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아무 얘기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조금 생각을 해보자면, 이런 건 있어요.
군대 문화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을 하죠. 특히 게임 회사 같은 창의적인 조직에서는. 이 그림은 그리스의 병사들이 썼던 팔랑크스 진형이라는 걸 가져온 건데요. 영화 300을 보신 분들은 이해가 빠르실 거에요. 보면 왼쪽 손은 방패를 들고 오른쪽 손에는 창을 든 병사들이 쭉 일렬로 서요. 그러면 방패가 워낙 크니까 옆 사람 방패가 내 몸을 가려주고, 내가 옆 사람 몸을 가려줘야 되고. 이런 상황이 되는 거에요. 그러면 열을 잘 맞추고, 단결하고, 조직력이 뛰어나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겠죠? 그래서 이게 굉장히 잘 되면 병력이 강해져요. 실제로 300같은데서 스파르타 군이 몇 명 안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페르시아 군을 상대했잖아요? 군대 문화가 굉장히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문화가 굉장히 좋다. 나쁘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 내 상황이 어떤가? 거기에 어떤 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이런 걸 생각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approach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어떤 목표가 좋은 목표냐? 이런 것들을 제시한다면, 캐롤 윌슨이라는 사람이 EXACT라는 목표의 경우를 제시했는데요. 이게 좀 와 닿았어요. 그래서 하나씩 설명을 드리면,
첫 번째 EXciting. 이 목표가 들으면 가슴이 뛰고, 밤을 새서라도 하고 싶고,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드는 목표인가? 이런 게 좋은 목표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겠죠. 예를 들면 업계 1위를 달성한다. 이런 게 어떤 사람은 굉장히 흥분 될 거고, 어떤 사람은 흥분이 안 되는 주제일 수 있고 그렇겠죠? 역사에 남는 게임을 만들자. 이런 것도 그럴 수 있죠.
두 번째는 Accessible.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 해야겠죠? 목표를 달성 했는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된다는 거에요. 우리가 목표를 달성 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목표를 달성하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길지 알 수 있는. 내가 잘 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목표면 안 된다는 거죠.
세 번째는 도전적인 목표에요. 게임도 그렇지만,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잖아요? 지루하고. 그래서 도전적이고, 그 도전적인 걸 하면서 새로운 걸 하고. 또 (그 안에서) 내 성장이 있으니까. 그런 목표여야 된다는 겁니다.
네 번째는 Time-framed. 언젠간 하긴 할 건데 100년이 걸릴지 1000년이 걸릴지 몰라. 그러면 안 되겠죠? 언제까지 하겠다. 이런 게 있는 게 좋은 목표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혁신이다. 그러면 이런 기준을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죠? ‘그 목표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가?’ ‘달성했다는 걸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도전적인 일인가?’ ‘언제까지 결과를 낼 것이냐?’ 이런 것들이 있는 목표여야 좋은 목표,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되겠죠.
그래서 구체적으로 기준을 작성해 보는 거에요. 그냥 혁신을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3년 내로 후속작인 아닌 완전 신작 3개를 성공시키겠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게임이 성공했다는 걸 어떻게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매출이 높으면 될까요? 유저 수가 많으면 될까요? 리뷰 점수가 좋으면 될까요? 뭔가 기준이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거냐? 리소스 투입이 필요하니까 어떤 사람들이 이걸 잘 만들 거냐? 예산을 얼마 정도 쓸 거냐? 이런 것들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해서 목표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고요.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것도 사실 정답은 없어요. 조직 문화를 좋게 만드는 것에 대해 굉장히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심지어 조직세우기라는 독일에서 만들어진, BMW 이런 데서 쓴다고 하는데, 이 방법은 굉장히 독특한 게 하는 방식이 무당이 하는 방식과 비슷한 측면도 있어요. 이 방법은 무의식을 다룬다고 하는데, 심지어 이런 방법들도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그런 것까지 다루지는 않을 거고요. 여기서는 보상에 의해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는가? 거기에 대해서만 다루려고 합니다.
보상 기준을 바꾸면 사람들은 움직이는 게 자본주의의 기본 전제조건이죠. 이득이 되면 사람들은 움직여요. 게임도 그렇죠? 새로운 직업이 나왔는데 기존 직업보다 훨씬 좋다. 그럼 당연히 그 직업을 열심히 키우려고 하겠죠?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그냥 사람들 열심히 설득을 하고, 설명회 하고, 뭘 나눠주고, 어떻게 해주세요. 이렇게 설득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득이 되도록 환경을 세팅을 해주기만 하면 되요. 그러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움직이게 되니까요.
그런데 말로는 굉장히 쉬운데, 현실에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요. 보상을 주려면 평가를 해야 되잖아요?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더 잘했는지 못했는지. 어떤 사람에게 보상을 더 많이 줄지 적게 줄지 그런 걸 평가를 해야 되잖아요? 평가 기준이 있어야 되는데, 이게 객관적인 수치로 딱 떨어지는 기준이면 쉬운데 그렇지 않은 기준은, 우리가 좋아하는 독창성이라든지, 그런 여러 가지 기준들이 이 조건에 잘 맞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만약에 창의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창의적인지 아닌지 어떻게든 평가를 해야 되잖아요? 이 사람은 (창의성 점수가) 67점. 72점. 이런 걸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그게 굉장히 어렵죠? 주관적인 기준은 분명히 누군가 불만을 가지게 되어 있어요. 탈락한 사람이나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번에 스포츠 같은 데서 그런 것들이 있는데, 피겨 스케이팅처럼 예술적인 점수를 평가하는 그런 종목들은 그런 기준이 굉장히 애매하잖아요? 어떤 기술을 성공시켰을 때 몇 점이다. 이런 기준이 있긴 하지만. 이번 소치 올림픽 때도 말이 나왔었는데, 편파판정이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도 확인하기 힘들고,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고요. 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회사에서는 이런 기준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거 같고요. 근태처럼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기 힘든, 명확한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근태가 좋은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은 아닐 수 있잖아요? 이런 어려움들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여기서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겠다. 여기서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피겨 스케이팅 같은 경우도 어려운 판단이긴 하지만 그래도 뭘 하면 몇 점. 이런 식으로 그래도 좀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려고 노력을 했잖아요? 주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는 노력을 좀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상의 크기도 중요해요. 물리시간에 배웠죠? 정지해있는 물체가 있으면 정지마찰계수가 있어서 너무 힘을 찔끔찔끔 주면 이게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면 나는 힘을 들이고, 노력을 했는데 이게 움직이지 않으니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에요. 이건 낭비라는 거죠. 이럴 때는 힘을 너무 조금만 주면 오히려 낭비가 되는 거고, 힘을 팍 줘야 이게 움직일 정도로 힘을 줘야 낭비가 안 일어나는 거에요. 그래서 보상도 너무 아끼지 말고 충분한 크기를 판단해서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 부여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해야 되는 행동들도 있는데, 하지 말아야 될 행동, 피했으면 하는 행동들도 좀 있어요. 차례차례 좀 볼게요.
첫 번째는 의도하지 않는 메시지 전달입니다. 모든 행동은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특히 높은 분들이 행동하면 난리가 납니다.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군대에서 장군님이 시찰하다가 ‘저기 좀 풀이 적은 것 같은데?’ 한 마디 하면 난리가 나요. 다음날 가면 풀이 다 심어져 있고 난리가 나죠?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은 굉장히 크게 반응을 한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그런 사람들은. 연예인들은 굉장히 이미지 관리를 많이 해요. 한마디만 실수해도 엄청나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예를 들면 고생한 사람들. 일이 많아서 야근을 많이 했고, 늦게까지 일했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람을 챙겨주고, 밥도 사주고, 평가점수 좋게 주고 이렇게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이거를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야근을 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 구나.’ 사람들이 눈치 보는 야근을 하기 시작해요. 일도 없는데 괜히 늦게까지 남고. 이런 걸 정말 없애고 싶으면 높은 사람이 칼 퇴근하면 되요. 네가 늦게까지 일을 하든 말든 나는 모르니까 (야근을) 하고 싶으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 그러면 최소한 눈치 보는 야근은 줄일 수가 있어요.
두 번째로는 모순되는 메시지 동시 송출인데, 자동차로 말하자면 엑셀이랑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거에요. 아예 엑셀만 밟든지, 브레이크만 밟든지. 모순이 없어야 힘의 낭비가 안 생길 텐데, 동시에 생기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죠.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데, 회사를 오래 다니면 좋다고 해요. 오래 다니면 휴가도 주고, 돈도 주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준다는데, 회사를 오래 다니면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 같은데 자꾸 높은 사람들은 밖에서 데려오는 거에요. 그러면 도대체 회사를 오래 다니면 좋다는 건지, 아니면 안 좋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메시지들은 힘의 낭비를 유도하죠. 물론 회사에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으니까 이런 게 정리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어느 순간에는 모순되는 메시지를 정리하고… 힘의 낭비가 안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징후를 덮어두고 모른 척 하는 건데, 최근에도 발생했죠. 일을 하다 보면 문제들이 여러 번 발생을 해요. 그러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그걸 금지하는 거죠. 이를테면 세월호 사건 터지니까 수학여행 못 가게 한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거죠. 사실 문제는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악플이 막 달린다. 그러면 게시판을 닫아가지고 사람들이 표현을 못 하게 해요. 그런데 이게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문제를 표현하게 못하게 하면 이 고름이 고이다가 언젠가 터져요. 그거를 막지 말고 차라리 오픈하게 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쪽으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발표를 해왔는데, 정리를 하자면 조직문화. 구글 사례를 들었죠. 조직 문화가 그 회사를 다니고 싶은 회사냐? 아니냐? 좌우하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쳐요. 조직문화라는 거는 가치관. 그 가치관에 기반한 사람들의 행동양식. 그런 걸 조직 문화라고 부르고, 이거 언행일치를 하기 굉장히 힘든데, 그런 쪽으로 가려면 사람들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첫 번째, 현재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을 하고. 그 다음에 EXACT한 목표를 설정하고요. 마지막은 보상을 통한 동기부여를 통해서 사람들이 직접 참여를 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이렇게 하는 작업들이 필요합니다.
제 발표는 여기까지고요. 저희 야생의 땅 듀랑고를 만들고 있는 왓 스튜디오에서 발표들이 좀 남아있어요. 첫 번째 발표는 바로 이 다음에 자동으로 지형을 생성하는 프로그래밍 기법에 대한 세션이고요. 내일 오전에 디렉터 님이 직접 출격을 하십니다. 저희 게임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실 거고, 오후에는 저희 개발 프로세스에서 대한 발표가 있을 겁니다. 제 발표는 여기까지고요. 장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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